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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좀 넣어 주세요
큰 키에 잘빠진 몸매, 다정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어딜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얼굴에 몸에 밴 매너까지. 잘나가는 탑으로 오늘도 종잇장보다 가벼운 섹스 라이프를 즐기는 명선. 꼬실땐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달콤한 연인이지만, 한바탕 불사르고 나면 녹아 없어져버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가볍고 가벼운 연애만을 추구하는 명선에게도 가슴에 품고 사는 취향 하나가 있으니 억지로 키우고 부풀린 것이 아닌 오로지 노동과 실전만으로 탄탄하게 조형된 근육남이었다.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말의 허벅지를 닮은 최상급 근육을 찾아헤멘지 어언 수년, 그토록 찾아헤메던 명선의 이상형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숯불구이 맛집 [명선가든]의 '숯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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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진화
눈을 떴더니 낯선 천장이었다. 로 시작하는 3류 스릴러 영화인줄 알았더니, 그만도 못한 불법 포르노 영화 속이었다. 공짜 술 한 잔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의식을 잃고 눈을 뜬 곳은 불법 도박 격투장. 하지만 윤화경에게 납치또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오메가, 그리고 위험한 일도 거리낌 없이 해내는 ‘심부름꾼’. 수많은 구경꾼들의 음습한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이전 챔피언을 순식간에 때려눕힌 화경은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고, 내친 김에 잠시 그곳에 머무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돌보아 주던 아이에게서 받은 뜻밖의 의뢰. 단순한 사건이라 여겼지만, 파고들수록 수상한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심엔 정체불명의 단어 하나, 플랫폼, 그리고 연락처조차 없는 명함 하나가 있다. 권신우라는 이름과 함께. 살랑이는 목소리, 차가운 눈빛. 척추를 간질이는 듯한 위협과 매혹이 공존하는 알파, 권신우.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다면, 적이 되기보다는… 동업자가 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